국립공원 안에 설치된 생태통로가 시간이 지날수록 야생동물의 이용은 늘고, 동물 찻길 사고는 줄이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태통로가 단순한 보완 시설이 아니라, 도로와 개발로 끊어진 생태계를 다시 연결하는 실질적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낸 길이 다른 생명에게는 죽음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생태통로는 선택적 배려가 아니라 필수적 복원의 문제에 가깝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사장 주대영)은 도로 등으로 단절된 국립공원 생태축을 회복하기 위해 추진한 생태통로 조성 사업을 분석한 결과, 야생동물 서식지 연결과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를 줄이는 데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생태통로는 도로와 개발지 등으로 끊어진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다시 연결해 동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1998년 지리산을 지나는 도로(지방도 861호)에 터널형 생태통로가 처음 설치된 이후 현재 터널형 9곳, 육교형 9곳 등 총 18곳의 생태통로가 국립공원 내에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18곳의 생태통로 인근에 유도울타리와 안내표지판 등 연계 시설도 함께 설치하여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과 서식지 연결성 회복을 위한 사업을 지속해 확대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소속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이들 생태통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생태통로는 설치 초기에서 정착 단계로 갈수록 연평균 이용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약 3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통로 설치 초기(0~3년) 연간 평균 522개체에서 정착 단계(8년 이후) 이후에는 675개체로 약 30% 증가한 것이다.
설치 후 5년이 지난 15곳의 생태통로의 경우 연간 동물 찻길 사고가 설치 전에 비해 평균 약 18% 감소했으며, 야생동물의 생태통로 이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3년 오대산 월정사 진입로에 설치된 터널형 생태통로는 설치 전에 비해 87.3%의 동물 찻길 사고 감소율을 보여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생태통로가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해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고, 동물 찻길 사고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유전자 다양성 확보와 생태계 건강성 회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동물 찻길 사고 발생 유형과 야생동물 서식지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입지를 선정해 월악산, 태백산 등 도로로 인해 서식지가 단절된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생태통로와 사고 저감 시설을 지속해 확충할 계획이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생태통로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끊어진 야생동물 서식지를 이어주는 국립공원의 생명선”이라며 “앞으로도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서식지 관리로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건강한 국립공원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생태통로는 인간이 만든 도로로 인해 끊어진 자연의 길을 다시 잇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개발과 보전을 서로 충돌하는 가치로 생각하지만, 생태통로는 그 사이에서 조정 가능한 해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길을 내되 생명의 길도 남겨 두는 일, 그것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시대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분석은 그 해법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효과를 보는 정책 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